1. 일본문화, 개방인가?
초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1981년의 일이다. 학교가 끝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친구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습지만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마징가 Z’였다. 그 때 한창 학교에서는 마징가 Z를 좋아하는 마징가 Z파와 태권 V를 신봉하는 태권 V파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중 한 명은 마징가 Z, 다른 한 명은 태권 V파였다. ‘마징가 Z와 태권 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가 그 날 하교길의 이야깃거리였는데, 누가 더 강한가로 완강히 맞서던 친구들은 나의 입장 표명에 따라 그 승부가 결정지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마징가 Z와 태권 V 모두를 좋아했기에 쉽게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참 입씨름을 하다가 마징가를 좋아했던 친구가 갑자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임마! 태권 V는 그냥 만화지만 마징가 Z는 진짜 있는 거야!” 그러자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걸 어떻게 믿어? 거짓말하지마!” 나 역시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기에 반신반의하며 진짜 마징가 Z가 있는지 그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우리 삼촌이 미국에서 사는데 미국에 있다고 했어. 우리가 평상시에 볼 수 없는 것은 마징가 Z는 비밀병기라서 전쟁이 났을 때만 나오기 때문이라구.”라고 말했다. 나는 비록 TV를 통해서만 알고있던 미국이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친구는 거짓말이라며 믿지를 않고 태권 V가 더 잘 싸운다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것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한 친구가 울면서 코피를 흘리고 나서야 그 싸움은 일단락 지어졌다.
마징가 Z도 태권 V도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로봇들이고 마징가 Z가 일본에서 만든 만화영화이고 태권 V가 마징가를 약간 변형하고 이야기를 우리 실정에 손질해서 만든 만화영화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제 일본 문화를 개방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 개방이란 말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만화영화의 캐릭터 하나로 인해 서로 피를 보며 싸우게 될 정도로 우리에게 일본 문화는 개방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사실 마징가 Z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일요일 아침만 되면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엄마한테 혼나가면서 보았던 ‘미래소년 코난’, 앙증맞게 귀여운 로봇소년 ‘아톰’, 노란색 긴 머리를 가진 메탈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보았던 ‘은하철도 999’, 자율학습 시간 또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보았던 ‘시티헌터’, ‘드래곤 볼’, ‘터치’, ‘슬램덩크’, ‘북두신권’같은 만화들, 밤새는 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하던 KOEI사의 ‘삼국지’, ‘대항해 시대’, ‘동급생’, ‘프린세스 메이커’같은 게임, 가슴이 저리는 느낌을 받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같은 소설들......
이런 것들이 일본문화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형식적으로만 일본 문화가 금지되었지 그 실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방되어 있었다. 만화방과 도서 대여점에는 일본만화와 소설이 가득 들어서 있고 TV에서는 일본 만화 영화가 6시만 되면 날마다 나오고 위성방송은 국경을 허물어 직접적으로 일본문화를 전하고 있으며 특히 PC 통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일본 문화 전파는 그 다양한 종류와 체계적인 판매 방식으로 중요한 유통 경로가 되고 있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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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인 여선생과 배우는 학생(그런데 성인같음)이 벌이는 행위, 처음에는 수업을 하다가 학생이 잠시 나가자 선생이 혼자 자위행위를 하는데.. 학생이 돌아와서 이광경을 지켜보다가 둘이 같이 뒤엉켜 ....지금까지 본 일본 시디중 가장 예쁨, 몸매도 제일 좋음 단지 무비로 찍은 것 같아 그게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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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일본의 대중문화 상품은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포르노그라피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물론 그 유통과 소비의 주체가 10-20대 중심이고 합법적 경로가 아닌 지하시장을 통해서라고는 하지만 10-20대가 대중문화의 주소비계층이라는 측면에서 그 영향력과 힘은 막강하고 사이버 지하시장은 그 규모나 유통채널이 다양해 오히려 일반적인 유통경로보다 영역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일본문화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을 들어와 있지 않은 척하던 이율배반적인 가면을 벗고 있을 따름이다.
2. 일본문화, 도대체 무엇인데?
한 때는 일본 문화와 관련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