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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1.03.12] 다음역은 국내역, 핫메일역은 국제역(?)
  2. [2001.03.05] '리니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다음역은 국내역, 핫메일역은 국제역(?)

[웹을말하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다음역은 국내역이고, 핫메일역은 국제역입니다'라는 카피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MS에서 집행한 광고로 한 마디로 핫메일이 한메일보다 한 수 위라는 요지의 광고였다.

광 고를 보면서 한 때는 한메일이 우리 인터넷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야후 코리아를 걸고 넘어지더니, 요번에는 핫메일이 다음을 붙잡고 늘어지는구나 하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 말고도 엠파스와 야후, 깨비와 다음 등 비교광고 사례가 있지만 이번의 '국내역 VS 국제역' 건을 보면서 느낀 건 핫메일에 대한 측은지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 실 핫메일은 무료 웹메일 서비스의 원조이고, 엄밀히 말하면 다음의 한메일은 핫메일의 카피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무료로 메일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핫메일의 초기 서비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다.(이름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비슷하지 않은가? 핫메일과 한메일… 그 뿐인가? 한메일은 작년에 사이트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이베이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해와 또 얼마나 구설수에 올랐던가?)

한메일의 강점이 있었다면, 핫메일과 다르게 편리한 국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웹메일 서비스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핫메일도 한글 메뉴로 된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초창기부터 핫메일이 한글 서비스를 제공했었다면 지금과는 판도가 많이 틀려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국내에서는 핫메일이 한메일을 따라잡기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한메일이 국내 최고의 메일 서비스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별도의 문제다. 한메일은 국내 1위라는 이름값에 비해, 그 서비스를 면면히 살펴보면 그에 걸맞지 않는 2류, 3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저장된 메일을 날려버린다거나 메일 서비스 중단,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등 덩치가 크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문제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러한 점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운영 서버의 용량한계와 과부하로 발생하는 웹메일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점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한데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들이 이런 점들을 개선하는데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말이 무료 메일 서비스이지 메일을 이용할 때, 사용자들이 보는 각종 광고와 정기적으로 받는 뉴스레터들을 생각하면 이미 메일 서비스 이용에 대한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 즘 광고 기법들이 얼마나 발달했는가? 보통의 배너 광고는 그래도 양반이다. 귀찮을 정도로 마우스 커서를 줄기차게 쫓아 다니거나, 갑자기 팝업으로 튀어나와 번쩍거리는 플래쉬 광고들… 거기에다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별 영양가 없는 상품 소개로 가득 찬 뉴스레터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흐른 것 같은데, 한메일이나 핫메일이나 다 그게 그거다. 평균적인 서비스만 제공하지, 특화되거나 다른 서비스들보다 더 나은 점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메일 용량은 쥐꼬리만하고, IMAP도 되지 않고, 메일 수신 확인(한메일은 된다, 같은 한메일 서비스 이용자끼리만… 엽기적이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이 다 한메일만 쓰는 지 아나보다), 휴대폰을 이용한 이메일 수신 통보 같은 것들은 생각도 할 수 없다.

거기에다 핫메일을 써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편지함을 정리한 뒤 2-3일 정도 있다가 접속하면 보통 100-200통의 스팸 메일이 와 있다. 핫메일은 정말 스팸 천국이다. 한메일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기도 스팸이 만만치 않다. 각종 돈벌기 메일은 기본이고, 포르노/불법복제 CD판매 안내 메일, 거기에다 요즘은 외국에서 오는 스팸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내가 보기에는 별 차이점도 없는 허접스런(?) 서비스들이 도토리 키재기도 아니고, 국내역 VS 국제역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내가 더 잘났다며 아웅다웅거리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진정으로 사용자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는 회사는 굳이 그런 식으로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좋은지 다 알고서 몰려든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스팸 메일을 방지하는 개선 작업을 하든지, 아니면 서버 용량을 늘리던지 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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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웹을말하다]
"대한민국 인터넷, 기술과 창조력 결핍증 아닙니까? 엔씨소프트가 결핍된 인터넷 비타민을 채우겠습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지존(?)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엔씨소프트 광고 카피의 일부분이다. 이런 카피에 걸맞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 하나로 회원수 1000만을 훌쩍 넘기고, 대만에서 최고의 온라인 게임으로 선정되는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게임 업체로는 드물게 언론과 주식 시장에서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주인공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는 작년 한 해 매출 574억원, 순익 350억원을 올리며 수익 모델의 부재로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여타의 닷컴들과는 다르게 확실한 수익을 보여주고 있어 얼마 되지 않는 소수의 성공한 닷컴 반열에 올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잘 나가는 엔씨소프트에 최근 문제가 생겼다. 리니지의 원작자인 만화가 신일숙씨와 저작권 분쟁이 생긴 것이다.

엔 씨소프트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니지의 '캐릭터사업권’과 ‘해외진출권’이 갈등의 주된 이유인데, 신일숙씨는 원작만화의 요소들을 온라인게임의 제작과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는 권한만을 허락했는데 원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이런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원작을 그대로 갖다 쓴 것이 아니라 사용료를 지불하고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게임이기 때문에, 리니지 게임은 스토리나 원작을 그대로 베낀 2차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 독립 창작물로 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리니지의 온라인게임 및 상업적인 파생상품 사업에 대한 권한은 원작자와 별도로 엔씨소프트가 가진다는 것이다.

"리니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양측이 서로 내가 주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언뜻 보면 양측의 주장이 다 맞는 것 같아 보인다.

하 지만 속내를 좀 더 살펴보면 힘있는 자가 약한 자를 찍어누르는 서글픈 우리네 사회적 풍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엔씨소프트는 신일숙씨에게 무릅 꿇고 백배 사죄를 해야 한다. 리니지의 진짜 주인은 신일숙씨이다.

엔씨소프트는 '독립 창작물'이란 단어의 정확한 개념과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리니지 게임의 제목은 둘째 치고라도, 게임에 나오는 서버 이름, 혈맹 제도, 캐릭터, 배경설정, 지명, 인명, 게임의 줄거리.... 이 모든 것들이 원작 리니지를 떠나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물 론 이러한 것들을 차용해 쓰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일숙씨는 96년 10월 ㈜아이네트와 만화 ‘리니지’에 대한 원작사용계약을 계약금 500만원, 매출액 5%의 로열티 조건으로 체결했으며, 99년 1월 엔씨소프트와 계약금 1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원작사용계약을 맺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게임으로 5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데, 참으로 대단한(?) 계약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화 원작의 일부분을 가져온다는 그런 계약 자체가 원작과는 별도로 독립될 수 없는 종속력을 가진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지 못하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게임과 관련된 모든 파생된 상품의 저작권을 가진다니 이건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리니지의 상표권도 엔씨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걸로 밝혀졌는데, 엔씨소프트는 원작자 신일숙씨의 동의없이 임의로 리니지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어차피 법적으로야 먼저 등록한 사람이 권리를 가지니까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한 행동이 소위 온라인 게임 업계를 선도해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기업이 해야 할 행동인지 엔씨소프트는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가게에서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것만 도둑질인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닷컴 기업중 유료화에 성공한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한 달에 3만원 가까이 되는 이용료를 꼬박꼬박 내는 회원들을 가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은 그만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하 지만 컨텐츠 사업으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제공한 댓가로 돈을 받으면서, 자신들은 정작 자신들 사업이 성공하고 번창하는 모태가 된 만화 리니지 원작자의 권리를 등한시해, 작가에게 당연히 돌아갈 권리마저 자신들이 낚아채고 모든 걸 자신들이 독식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올바른 기업가 정신 없이는, 그 잘난 기술과 창조력(?)도 허울좋은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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