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렉서스를 비교한다니 현대 참 많이컸네요

[Auto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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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산 현대 엑셀 : 최악의 구매 경험

별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 차에 대한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나는 현대에서 만드는 것이라면 앞으로 그 어떤 것도 결코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19살이었고 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내 소유의 차를 사려던 참이었다. 여러 개의 후보 모델 중 현대 엑셀은 내가 생각하기에 꽤 괜찮은 차로 보였다. 외관도 매력적이었고 4도어 방식이었으며 거기에다 선루프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다른 자동차 회사의 모델로 알아 볼 것을 권했지만, 나는 부모 말을 듣는 게 지겨워진 독립적이기를 바라는 어린 여자 아이였기에 그 말을 듣기가 싫었다. 그 때 나는 내 뜻대로 반드시 엑셀을 사야만 했다. 결국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의 최초의 신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엑셀은 AM/FM라디오에 카세트 플레이어, 와이퍼, 선루프, 에어컨 등등 여러 장치가 기본으로 있어서 쓸만했고 1년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날 언덕을 오르는데 힘이 모자라 에어컨을 꺼야만 했다. 차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건 정말 농담 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 엔진이 과열 되거나 와이퍼가 작동이 안 되는(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이었다) 등 뚜렷한 이유 없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물론 보증 기간이 끝난 이후에 발생한 일이었다. 한 번은 브라켓이 망가졌는데 영업사원은 그걸 교체해주는 게 아니라 용접으로 때워서 보내주었고, 나중에는 완전히 망가져서 800달러를 들여서 내가 고쳐야 했다. 결국 고쳐지긴 했지만 내게 그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발전기가 고장 나 그걸 교체해야 했는데, 내 남자 친구와 그의 동생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수리하러 가는 대신 직접 고쳐 주기로 했다. 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통째로 제거되어야 했는데 내 남자 친구는 그 과정에서 팔에 화상을 입었다. 엔진뿐 아니라 엔진 후드 역시 항상 뜨거워서 사람들을 데게 한 적도 있다. 아무튼, 차가 고장나 움직이지 못하고 차에서 꼼짝 못한 적도 여러 번 있고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다른 현대 제품이라면 앞으로 사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 후 나는 엑셀을 겨우 3년 조금 넘게 가지고 있다가 1991년에 도요타의 코롤라로 교환했다. 내가 엑셀을 사고 나서 배운 것이 있다면 무얼 하든지 어른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팔에 화상을 입었던 남자 친구는 나와 결혼을 해 귀여운 두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고, 아이들이 커서 자동차를 처음으로 사게 될 때 최소한 아이들에게 해 줄 이야깃거리가 생겼다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http://www.epinions.com/content_13796478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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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평은 미국의 상품평 전문 사이트인 epinions에서 1988년산 엑셀을 구입한 미국의 여성 차주가 남긴 것입니다. 구입 경위야 어쨌든 간에 그녀는 이 상품평을 통해 인생에 있어 자신만의 새 차를 처음으로 구입하면서 최악의 경험을 했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실 첫 차를 구입한다는 건 무척이나 가슴 설레이고 기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첫 차인데다 그게 신차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지 나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이 상품평을 남긴 사람의 설레임과 기쁨은 상상 이상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1988년산 엑셀을 (자기) 인생의 첫 번째 자동차로 구입하면서 오로지 배운 거라곤,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과 현대 제품을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다짐뿐이라니 그 당시 현대차의 품질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품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대차는 꽤 인상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1986년 1월 20일 울산 부두에서 “포니엑셀”이라는 이름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래, 미국시장에서 첫 해에 16만대, 다음해에는 26만대, 올림픽이 열렸던 88년에도 26만대를 팔아 치워 당시 포춘지는 엑셀이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수입차라고 평가하기도 했으며,1988년 7월 7일에는 1백만 대 생산을 돌파하는 등 말 그대로 “엑셀신화”를 만들어 냈으니 미국 시장에서 현대의 앞날은 승승장구할 것처럼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신화는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엑셀의 신화는 끝나고 “신화”라는 단어는 엑셀의 “저주” 내지는 “악몽”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세등등하게 미국 시장을 진출했지만, 앞서 든 상품평에서처럼 잦은 고장과 낮은 품질로 이에 실망한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더 이상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찾지 않았습니다. 엑셀에 이어 1989년 소나타, 1990년에는 스쿠프, 1991년에는 엘란트라를 미국에 내보냈지만 성공 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가 급기야 1998년에는 연간 판매가 9만대에 그치고 판매상들이 다 떨어져 나가면서 100여 곳 이상의 판매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좋은 품질과 소비자들의 신뢰라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체험한 현대차는 뒤늦게나마 품질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 유명한 “10년 10만마일 보증수리제도”라는 칼을 꺼내 들고 다시 미국 시장 공략을 시작합니다. 현대차는 1998년 하반기에 이 제도를 도입해 1999년 16만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2000년부터 이 신개념의 보증수리제도를 대대적으로 광고 해 24만대까지 판매량을 늘려 2001년에는 34만대(기아차 포함시 57만대)까지 판매를 하고,기아차와 통합 이후 현대차는 2004년 68만8670대를 판매해 미국 시장 점유율 4.16%를 기록, 최초로 4%를 돌파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시장의 판매 신장률이 1.8%로 부진한 가운데 8.0%의 판매 성장률로 달성한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어떤 분이 남긴 현대차와 렉서스 비교글에는 공감가는 바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현대차가 자동차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이룩한 지금까지의 성과는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현대차를 사고 나서 어른말을 들어야지 듣지 않아서 낭패를 본게 가장 큰 교훈이라고 남길 정도로 형편없는 차에서 이제 렉서스에 비해서 어쩌고 저쩌고하고 말할 거리가 있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루었으니까요. 정말 현대차 많이 크지 않았습니까?

물론 여러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국내소비자라는 봉이라는 막된 인식과 불친절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서비스(간간히 잘해주는 곳도 있습니다만), 더 비싼 돈을 내고도 10년 10만마일 보장을 못받는 국내소비자들에 대한 상대적 차별 등등... 앞으로 현대차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입니다. 숙제는 숙제고 잘한 부분은 잘한 부분입니다. 현대차가 혁신과 개혁을 통해 빨리 여러 숙제들을 풀고 더욱 더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다음 아고라 토론방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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