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PD: ZOT같은 세상 제대로 욕하기

[Life Story/Review]
1. 불만이 많은 친구, 조PD

나는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도 단군이 나라를 세우고 찢어진 삼국, 통일 비슷한 신라, 꿋꿋한 고려, 공자‧맹자만 찾던 조선시대를 거쳐 일본이라는 숭악한(?)나라에 35년간 지배를 받고, 그 뒤 남과 북으로 갈려 피 터지게 싸우고 20세기 최대 강국 미국의 보이지 않는 지배를 받았던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말이다. 학교에서 반만년에 이르는 자랑스런 역사라고 항상 배워왔던 우리 나라의 역사를 이렇게 몇 줄로 휙 적고 나니, 경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역사의식과 애국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항상 패를 갈라 싸우고 여기 저기에 채이기만 했던 우리 나라의 역사와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상 꼴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날 때도 많다는 걸 굳이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PD 역시 우리 역사와 사회에 대해 불만(?)이 꽤 많은 친구인 것 같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조PD라는 가수가 있는데 인터넷 상에서 우연히 알게되었다며 노래를 꼭 들어보라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실, 머리가 텅 비어보이는 그저 얼굴 좀 반반하게 생긴 어린아이들이 나와 잔뜩 폼을 잡다가 춤이랍시고 몸을 비비꼬며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가요에 질려있던 나는, 별 다른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검색엔진으로 조PD의 노래를 찾아 다운 받았는데 그 첫 번 째 곡이 ‘Break Free'였다. "I dedicate this song to all fucked up koreans..."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나는 92년 서태지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머지 곡들도 부지런히 다운 받아 한 곡 한 곡 들어보았는데, 서태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더 파격적인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도대체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누굴까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조PD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본명은 조중훈, 76년생에 미국의 버클리 음대를 다니고 있으며 98년 10월 나우누리에 자신의 노래를 MP3 파일로 올려놓은 뒤 통신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가 올 해 1월 정식음반을 냈다는 것이 내가 알아낸 대략적인 정보였다. 나는 그의 저돌적인, 아니 전투적인 음악에도 놀랐지만 그의 음악활동 방식 역시 큰 놀라움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PD의 음악과 그의 음악활동 방식은 앞으로 크게 변화될 우리 대중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

2. 욕하는 가수, 조PD
 
이제 조PD의 다소 거칠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노래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조PD의 팬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 가보면 조PD의 노래들에 대한 팬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1위가 ’Break Free', 2위가 ‘조PD rules', 3위가 ‘용의 눈물’, 4위가 ‘이야기 속으로’로 나타나 있다. 이들 노래는 조PD의 첫 앨범을 전체적으로 꿰뚫고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을 들자면 사회비판을 내용으로 한 직설적인 가사와 대담한 욕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니네가 좆같은지 왜 몰라 니네가 그렇게 입을 막고 또 손을 묶고 해도 뭘 잘 몰라 누가 좆같다 안가르쳐도 다 좆같은게 좆같은 거지 그걸 어떻게 몰라 … 솔직히 까고 말해 니네 비행 청소년들의 미래 관심 있기나 해 까놓고 상관이나 해 그렇게 사회라는 조직위에 편히 숨어서 남에게 해 끼치기만 해 돈 벌려먼 벌어 근데 딴거 해서 벌어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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