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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까닭

[웹을말하다]
한 때 야후는 공룡이었다. '인터넷은 곧 야후'라는 다소 과장된 등식이 용인될 정도로 인터넷 초창기에 야후가 가졌던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컸었다. 그렇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야후코리아의 서비스 역시 국내에서 항상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포털/검색 서비스의 1인자로 군림해 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부와 명예를 누리다 쇠락해 버린 명문가처럼 야후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다른 후발 주자들에게 점점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가?

사실 필자는 예전부터 야후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항상 변화 없이 단조로운 화면에 검색 결과도 신통치 않고, 그저 잘난 이름 하나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야후가 요즘 들어 왠지 친근해지고 점점 좋아져서 필자의 브라우저 홈페이지로 설정을 해놓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뭘까?

이렇게 된 배경에는 야후가 특별히 무언가를 더 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필자가 평상시 애용하던 야후 이외의 다른 포털/검색 서비스들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야 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컸던 라이코스나 네이버, 엠파스 등의 포털/검색 서비스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바뀌었다.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하게 번뜩거리는 초기 화면에는 대문짝만한 배너들이 여기 저기 걸려있고 무슨 메뉴들은 그렇게 많아졌는지... 접속하는 순간 눈이 피곤하고 갑갑해짐을 느낀다.

배너가 먼저 뜨고 정작 필자가 원하는 부분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더군다나 그 배너들의 크기는 얼마나 큰지... 요즘은 아예 접속할 때 화면을 통째로 장악, 강제로 볼 수 밖에 없는 배너나 스트리밍 배너라고 해서 수백Kb 크기를 계속 읽어 들이는 배너도 있지 않은가?

이 뿐만이 아니다. 요즘의 검색 서비스들은 포털이라는 미명 하에 커뮤니티나 오락, 콘텐츠, 상거래 등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끼워 넣고 있는데 이것이 그 서비스들의 본질적인 역할인지에 대해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검색 서비스는 인터넷 사용자에 있어 하나의 지도이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만화는 만화 사이트에서 물건은 쇼핑몰에서 사고 보고 해야지 검색 서비스에서 이런 것까지 완벽하게 커버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작금의 닷컴기업 상황에서 수익 모델을 고려한다거나 아니면 우리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는 서비스 정신(?)은 높이 살만 하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자기 본분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런 검색 서비스를 보고 있으면 어린 가수들이 노래는 뒷전이고 춤이나 패션에만 신경 쓰거나 아니면 코미디 프로에 기웃거리는 것이 연상되는 것은 왜 일까?

이 런 측면에서만 보자면 야후는 적어도 소박하면서 깔끔한 화면으로 인터넷 초기부터 변함없는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야후에서도 쇼핑몰을 붙이고 뉴스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위에서 열거한 서비스들과 별 다를 바가 없지 않나 하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야후가 그런 포털 서비스에 불을 붙인 장본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야후에게 더욱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적어도 야후는 주객전도의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은 뒤로 한 채, 언제나와 같은 투박한 인터페이스이지만 주소를 입력하면 즉시 화면에 보여주는 신속함. 이것이 야후의 트레이드 마크이지 않은가?

다른 사이트들이 크고 화려한 소위 리치 광고로 도배를 하더라도 상단 정 중앙의 조그만 배너 하나는 여전히 야후의 대표 광고로서 표출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야후가 디렉토리 검색 서비스로써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야후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했는지, 최근 검색 기능을 많이 보강한 것도 필자가 야후에게 끌리는 매력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검색이나 포털 서비스 중심으로 얘기했지만 위에서 제기했던 주객전도 현상은 최근의 인터넷 서비스 전체에 걸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터 무니 없이 비싼 아바타 제공 서비스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짜증나게만 하는 새로운 형식의 광고들,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스팸 뉴스레터들, 현실적이지 못한 수준의 메일이나 홈페이지 계정 유료화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기업 본연의 당위 명제가 있겠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인터넷이 가지는 가치들이 하나 씩 퇴색되고 "인터넷 서비스=무조건 돈"이라는 공식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지...

인터넷 서비스 운영자들은 왜 익사이트가 넘어간다 난리치고 라이코스가 이리 저리 팔려 다니고 하는 와중에도 야후는 꿋꿋하게 최고의 인터넷 사이트로서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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