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혁신적이거나 사업목표상 꼭 필요하더라도 일반적인 관습은 지켜주는게 좋다.

[웹기획, 오답노트]

웹페이지를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데 있어 수많은 사용자들이 다 만족하고 쓸 수 있는 표준(Standard)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다소 억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관습(Convention)적인 사항들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영역에 비해 웹의 역사가 짧다고 하나, 사실 또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니다. 그사이 수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면서, 사용자들에게 편리하다고 느껴서 지켜져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따르는 사용상의 관습적인 부분은 가급적 지켜주는게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ki 서비스를 표방한 오픈마루의 스프링노트는 2007년 초기 베타테스트기간부터 오픈 이후까지 그동안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컨셉과 기능들을 선보여 화제에 올랐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게 자동 저장 기능이었다. "나만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인터넷 상의 내 노트"라는 서비스 컨셉답게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가 쓰고 저장하기인데, 스프링 노트는 문서 작성과 동시에 자동 저장이 되게 만들어졌기에 저장하기 버튼 자체가 없었다.

사실 상당히 편리한 기능이다. 내가 쓰기만 하면 무조건 저장이 되기 때문에 따로 번거롭게 저장 버튼을 누르거나, 문서가 잘 저장되고 있는지 신경쓸 필요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 기능인가? 하지만 베타테스트 기간부터 사용자들이 꾸준히 저장 버튼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네트웍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PC 사용 오류로 브라우저가 닫혀버린 경우 작성하던 문서가 날라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는데, 그런 경우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자동저장이 어느 간격으로 되는지 모르기때문에 문서 작업을 마치려면 항상 이게 현재 작성한 부분까지 제대로 저장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면서 브라우저를 닫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워드프로세서와 윈도우에 기본으로 설치된 메모장에서 조차도 문서작성이 끝나면 반드시 저장 버튼을 누르고 문서를 저장해야 한다는 건 기본 규칙으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표준처럼 굳어진 관습적인 사항을 인터넷으로 문서작성이 가능한 웹서비스라고 해서 꼭 달리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스프링노트의 컨셉은 우리가 일반노트에 연필로 글을 쓰면 따로 저장같은걸 하지 않아도 쓴 그대로 기록이 남는것처럼, 똑같이 종이로 된 노트처럼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웹상에 그대로 구현해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스프링노트는 모니터안에서 브라우저를 통해 돌아가는 웹프로그램이지 종이로 된 노트가 아니기에 사용자들은 당연히 문서를 작성하고 나서 저장할 수 있는 저장 버튼을 찾는 것이다. 결국 스프링노트는 이를 개선해 저장 버튼 아이콘을 제공하고 그 버튼을 누르면 언제 마지막으로 그 문서가 저장되었는지 메시지를 제공해 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이것도 완전하지 못한게 저장 버튼 아이콘을 누르면 "저장되었습니다"가 아닌 "0초(O분)전에 자동 저장됨"이라는 메시지가 뜨니까 그럼 그 시간에 내가 어디까지 적었더라하면서 이게 확실히 저장된건지 아닌지 또 일말의 불안감이 남게된다. 이렇게 문서 저장 부분에 대한 사용자들의 혼란이 많다보니, 정중앙 노른자 자리에 "글쓰기 버튼/저장 버튼을 찾지마세요- 스프링노트는 바로 쓰고 자동으로 저장됩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

반면 구글에서 서비스하는 온라인 워드프로세서 구글닥스의 경우 자동저장과 수동저장 모두를 지원하고 있고, 저장 버튼을 누르면 현 시점을 기준으로 문서가 저장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니까, 사용자가 현시점까지 문서가 잘 저장되었다고 안심하고 하던 작업을 계속 하거나 마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프링노트는 이외에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해서 사용자가 혼란을 느끼는게 몇 가지 더 있었다. 작성중인 문서명을 변경할때 "변경하기" 버튼이 없고 문서명에 마우스를 클릭하면 문서명을 변경할 수 있게 한다거나, 전체적으로 제공하는 스토리지 공간이 2GB인데 얼마를 사용하고 얼마만큼의 공간이 남았는지를 제공하지 않아 가용 용량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었던 것 등이 있다.(2GB라는 대용량을 제공하기때문에 사용자들이 사용 용량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없이 사용 가능하게 하려고 특별히 용량 표시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스프링노트는 사용자의 요구를 재빠르게 수렴해 문서명 옆에 "Rename"라는 버튼을 만들었고 관리 메뉴로 현재 사용 용량과 남은 용량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용량 메일서비스로 유명한 구글의 지메일(Gmail)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지메일이 2004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자신이 확인한 메일을 지울 수 있는 삭제 버튼이 없었다. 2004년 2GB라는 파격적인 저장공간을(2008년인 지금은 7GB에 육박하는 용량을 제공중) 사용자에게 제공했는데 공간이 여유로우니까 메일을 지울 필요 없이 그냥 쌓아두고, 굳이 지우고 싶으면 풀다운 메뉴를 사용해 지우라는 것이었다.

일면 공간이 충분하니까 메일을 지우지 않고 어지간하면 다 보관하면 되니까, 삭제 버튼을 두지않고 불필요한 메일만 선택해 일괄적으로 휴지통으로 이동시키는 풀다운 메뉴만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해볼만 하다.
하 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뿐 실제로는 구글의 주수입원인 구글 애드워즈(문맥광고)에 사용자들의 메일을 사용하기 위해서이고, 메일을 지우지 않고 메일들이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광고의 기회가 확대되기때문에 일부러 삭제 버튼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버튼 하나만 추가하면 되는 간단한 일을 2년 가까이 끌다가 집어 넣은 셈이다. 불필요한 이메일이 있으면 그걸 삭제 버튼으로 지운다는 건, 이제 막 이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보자부터 숙련된 사용자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같은 사실이다. 그걸 억지로 뒤바꾸려 한다해서 그렇게 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면서 사용자의 의지에 반하게 하는 억지스런 기능은 그게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결국은 사용자들에게 굴복 당하게 되어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에게 편리할 거 같은 참신하고 혁신적인 컨셉이라도 혹은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해 그게 아무리 필요한 거라도, 사용자가 상식처럼 알고 있고 관습처럼 지켜지는 사항은 반드시 지켜주는게 나중에 그걸 고치기 위해 2번, 3번 일을 더하는 수고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오답]
1. 공급자 입장(사용자가 아닌)에서 혁신적이라 생각되면 관습처럼 사용되는 걸 무시하고 새로운 룰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그렇게 따르게끔 만든다.
2. 사업적 목표와 이익 달성을 위해 사용자에게 익숙치 않은 불편함을 강요한다.
3. 웹에서 관습처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항을 별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아주 쉽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