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1번가의 11가지 문제점 - 2/2

[웹을말하다]
SKT 11번가의 11가지 문제점 - 2/2

지난 글에 이어서 11번가의 다른 나머지 문제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6.채핑, 하루에 Say -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단지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닐것이다. 저마다 여러 꿈과 희망이 있고 무엇인가 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욕망이 삶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큰 축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던져보자.

쇼핑몰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물건 팔기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상품도 사고 팔고, 여러사람과 정보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함께 즐기는 쇼핑,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라고 11번가는 마치 이야기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람과 쇼핑몰은 엄연히 틀리다. 쇼핑몰은 쇼핑몰일 뿐이다. 쇼핑몰은 상품을 사고 파는 곳이고 그 기능에 최적화 되는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채핑", "하루에 Say" 같은 요소는 MSN, 네이트온 또는 태터툴,포털블로그, me2day, 토씨 같은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혹은 비슷하게 꾸며 제공한해도 사용자들이 쓰지 않는다. 왜냐면 쇼핑하는데 별로 필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멜같은 건 용도별로 여러개를 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어느 누구도 용도별로 쇼핑용 블로그 도서 리뷰용 블로그, 개인생활기록용 블로그 혹은 쇼핑용 메신저를 별도로 쓰는 사람은 없다. 몇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H몰,CJ몰의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답이 나온다. 쇼핑몰에서의 블로그나 커뮤니티 서비스는 크게 활성화되기 힘들다.(들이는 리소스 input 대비 output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블로그는 총체적인 삶의 기록처럼 한 곳에 모든 요소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2~3개가 되기 힘들다. 메신저는 퍼미션에 기반한 검증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툴로 기존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리스트의 사람들에게 상품URL을 날려서 의견을 주고 받지 11번가로 와서 회원가입하고 친구 추가해서 서로 이야기하라는건 무리한 요구이고, 채핑 리스트상의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쇼핑과 관련해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라는 것 또한 쌩뚱맞고 어색한 요구라 할 수 있다.(실제 채핑에서 모르는 몇 사람에게 뻘쭘함을 무릅쓰고 정중하게 말을 걸어보았는데 누구도 응답을 해주지 않았다. 나의 생면부지 사람에 대한 접근 스킬이 부족해서인가....?)

채핑에 대한 11번가 대표의 이야기를 보자. "소셜쇼핑의 기능 중에는 ‘채핑’이라는 게 있다. ‘채팅하면서 쇼핑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서핑한 상품을 상대방이 보고 둘이 합의하면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채핑 상대가 다수일 경우에도 물론 가능하다. 이 채핑 기능은 세계특허를 받았다." 이런 걸 소셜쇼핑이라 한다면(물론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MSN이나 네이트온으로 URL을 날려 서로 의논하며 쇼핑을 하고 있었으니 국내는 소셜쇼핑의 천국(?)이라 하겠다.

쇼핑의 본질적인 요소와 빗겨나간 곳에 들어간 구축/운영/부하 등등의 리소스를 다른 곳에 돌렸다면 더 좋았을것이다.(아니면 토씨나 네이트온과의 타이트한 연동쪽으로 방향을 잡거나...) 아무리 의도가 좋고 새로운 시도라 하더라도 본질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욕심일 뿐이다. 선택과 집중, 말은 쉽지만 역시 실행은 힘든가 보다.


7.기술(RIA 혹은 웹2.0)을 쓰는 이유는 합당한가? - 적재적소에 쓰는게 아니면 안쓰니만 못할수도...
웹2.0을 기술 관점에서 바라볼 때 크게 꼽는 것 중 하나가 더 나은 사용자 경험(Rich User Experience), 즉 더 편리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게 RIA(Rich Internet Application-클라이언트쪽의 UI를 향상 시켜주는 기술)이고 이런 기술들이그냥 과시하는데 쓰라고 있는게 아니다.

사실 전통적인 웹 페이지는 너무 사용자 불친화적이다. 클릭 한 번만 해도 페이지가 바뀌며 이전 정보가 날아가고 페이지 리로딩 되는 속도는 또 얼마나 느린지... 여러 웹관련 기술들이 나오면서 페이지 이동이나 새로 고침 없이 모든 내용의 확인과 기능을 이용하는 형태로 전환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바는 사용자가 웹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이지, 사람이 그 기술을 위해 맞추고 노력한다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11번가의 입체검색이 그렇다. 상품 검색을 하면 AJAX를 활용해(추측) 원형으로 상품들이 로딩되어 나열되는 형태인데, 11번가 설명에 따르면 단순 상품 나열이 아니라 원하는 상품을 바로 찾도록 새로운 UI를 제공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다시피 이런 형태에서는(데이터 로딩 속도는 둘째 치고) 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상품명과 가격은 일일히 하나씩 마우스 오버를 시켜야만 볼수 있다. 그렇다고 상품이미지가 큰 것도 아니라서 이미지만으로 상품을 대략 파악하기도 힘들다. 그저 정렬 옵션값들에 따른 리스트 페이지를 이쁜(?)형태로 옮겼을 뿐이다.  검색된 상품 30개의 정보를 보려면 30번의 마우스오버를 통해 상품명과 기본가격만 겨우(?)확인 가능하다. 오히려 검색결과 페이지는 리스트형태로 나와야 상품명과 가격뿐 아니라 배송정보(착불,선불,무료 등), 판매자/상품평가와 후기 등 구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쉽게 보며 상품을 찾을 수 있어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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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기술과 UI를 쓰려면 검색어에 따른 결과값들이 특정 기준에나 특성에 의해 상호간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 활용이 용이하고 각 값들의 부가 정보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 편리한 방식이다. 음악/영화 전문 검색엔진 liveplasma에서 New Kids On The Block를 검색하면, NKOTB를 중심으로 그 시대와 장르별로 유사한 가수들이 검색된다. 데비깁슨, 티파니, 토미페이지 등 서로 연관관계가 원형구조로 잘 표현되어 있다. 가수명만 노출되고 그와 관련된 음반 정보는 별도로 제공되는데 부가적인 정보값이 적어 이런 구조에서도 충분히 잘 표현이 되고 있다. 어떤 기술이나 형태가 사용되어 더 불편하다면 그건 안쓰니만 못하다.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기술과 UI를 적용하는게 중요하다.

11번가 대표는 기술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도 헀다. "“지금까지 우리가 새롭게 개발한 프로그램만 따지면 아마 수 십개는 될 걸요. 전부가 소비자나 셀러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이 새로운 기능들은 모두 ‘11번가’ 오픈과 동시에 다 서비스될 것입니다. 이중 한 두 개만 히트를 친다고 가정해 보세요. 오픈마켓 시장 안착과 선두 도약은 정말 시간문제에 불과합니다” 입체검색, 채핑도 그렇고 이전 글에서 언급한 컬러쇼핑, 스트리트 등이 아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쉽고 편하고의 여부는 소비자나 셀러가 판단할 문제이다. 그렇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살펴보았을때 내가 보기에는 11번가가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오픈마켓 시장 안착은 시간이 아주아주 많이 걸릴 것 같고, 선두도약은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8.참여,공유,개방(웹2.0)은 아무데나 그냥 붙이면 되는가?
11번가는 웹2.0에 기반한 고객 참여형 서비스로 함께 하는 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적인 구매후기 외에 리뷰(일반인/전문가)와 상품위키를 전상품 페이지에 적용했다. 문제는 상품 특성에 따라 이런 메뉴가 전혀 필요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자나 전문리뷰어의 리뷰는 일반적으로 디지털기기나 가전, 전자쪽에 한정되어 생산되기 마련이고, 집단지성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위키는 한 주제에 대해 꾸준하게 정보가 자율적으로 업데이트되어가며 지식과 정보가 축척되는데 쇼핑몰 전 상품이 위키의 주제가 될 수 있을까? 아래 티셔츠같은 경우는 사실 배송이 빨랐다/늦었다 혹은 실제 사진처럼 이쁘다 덜 이쁘다든가 재질이 어떠하다 등등 상품 Q&A나 구매후기가 구매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에 다양한 테스트나 사용방법, 활용 등의 고급 정보가 담긴 리뷰가 생산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상품위키 탭 역시 여러 사람들이 자율/지속적으로 집단지식을 생산해내기에는 이 상품이 적합하지도 않다. 이런 패션/의류 상품은 유행에 따라 생산되어 제품 수명도 짧고 특정 시점에 반짝하고 나왔다가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수도 있지만, 이런류의 상품은 대부분 리뷰나 상품위키탭이 다 비어있다. 내 생각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앞으로도 계속 공란으로 있을 공산이 크다. 비교적 상품 특성이 맞는 디지털/전자 등 필요한 상품군에 붙인다 하더라도 고객사이드에 유용한 정보코너로 자리잡도록 활성화 시키기에도 상당히 벅차 보인다. 참여,공유,개방이 좋다해서 그냥 다 붙여놓는다고 그게 알아서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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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어차피 웹의 새로운 흐름을 이렇게 쓰고 있으니 나의 견해와는 별도로 웹2.0으로 쓰겠다)은 그것을 하겠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Tag, 블로그, Wiki, RIA, SNS, API, RSS 등 웹2.0 대부분의 요소는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노력하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를 위하다 보니 만들어진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9.상품구색과 가격
사실 상품구색과 가격을 각각 하나로 나누어 이야기하려 했는데, 가격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mepay님의 11번가의 성공은 분유값에 달렸다라는 포스팅에서 자세히 이야기 해주셨기에 2가지를 묶어서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오픈마켓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상품구색과 가격이다. 11번가는 상품을 구매하려해도 입맛에 맞는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옥션이나 G마켓대비 상품수가 현저하게 부족하다. 11번가는 오픈 시까지 200만개 상품/ 6만여명 셀러 모집을 목표로 90% 이상 모집돼 목표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고 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바는 상품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옥션, G마켓에는 있는데 11번가에는 없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있는 상품도 가격이 훨씬 비싸다. 아래는 동일 판매자 동일 상품의 11번가와 옥션에서의 판매가이다. 반찬 가격이 16,900원과 14,900원으로 2천원 차이가 난다.(고가 상품도 아니고 이런 저가 상품에서 2천원 차이는 엄청난 차이다) 똑같은 상품으로 가격이 이러한데 어디에서 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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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G마켓이 사이트의 완성도가 높거나 훌륭한 사이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래도 여타의 쇼핑몰들이 G마켓에 해볼 수 없는건 상품수/상품구색과 가격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가격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 SKT 11번가라는 회사를 보고 사는건 아니다. 나는 상품구색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게 11번가의 향후 사활과 직결된다고 본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문제점들도 이 부분과 가치 비교를 해보면 초라해진다. 쇼핑몰의 상품구색과 가격경쟁력은 쇼핑몰의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다.


10.매끄럽지 못한 초기런칭/마케팅 그리고 오픈마켓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문제
11번가 초기 사이트 런칭부터 런칭 이후까지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여왔다. 몇차례의 잦은 오픈 연기와 노트북 1c천원 가격오표기로 오픈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네이버에 11번가 안티카페가 생기기도 했고, 또 얼마 후엔 상반기중 11번가 폐쇄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11번가의 11가지 문제점 첫번째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한 날 바로 얼마 후 그 기사를 접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물론 오보라는 해명이 있긴 했지만 지금도 왠지 석연치않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SKT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는 사업치곤 상당히 느슨하고 정교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신의 공룡회사이자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중 하나가 가 하는 사업이니 뭔가 달라도 다를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그렇게 돌려 생각을 해봐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런 정도 규모의 사업을 너무 손쉽게 생각하고 안이했던 건지 아니면 정말 역량이 안되어 그런 건지 좀 보기 민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11번가 대표의 아래 이야기는 SKT가 오픈마켓 사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엠플의 실패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된 셈이죠. 그 정도 노력과 투자 규모로는 시장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니까요” 정대표는 ‘엠플’의 실패를 교과서 삼아 ‘11번가’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 배경을 묻자 ‘차별화와 자금력’을 먼저 꼽았다. “기존 오픈마켓 운영방식에 소비자가 지루해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고객의 니즈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차별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한 3,000억원 정도 자금을 쏟아부으면 승부가 나지 않을까요?”

쉽게 말해 사이트를 차별화시켜 다르게 만들고 돈 좀 뿌리면 어떻게 잘 되지 않겠느냐하는 이야기이다. 그게 가능할지 아닐지는 지금 단계에서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핵심과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고 돈에 기대어 하는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어렵다는게 이미 여러 산업군과 기업들의 사례에서 증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전자상거래(오픈마켓) 사업의 본질과 핵심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덧,원래 상품구색과 가격을 2개로 해 11가지로 요약해서 쓰려했으나 두가지를 묶어 이야기하다보니 10가지가 되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11번가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발전을 바라마지 않는다. 정글보다 더 치열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1번가가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선전하기를 빌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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