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1번가의 11가지 문제점 -1/2

[웹을말하다]

SKT 11번가의 11가지 문제점

"앞서가는 테크놀러지로 신개념 쇼핑을 주도한다"는 SKT의 11번가가 오픈한지 1주일이 지났다. SKT에서 하는거니까 일정 수준과 기대이상의 서비스가 나올수도 있겠거니 기대를 했었는데 이래저래 둘러보며 느낀 건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느낌이었다. 사이트 곳곳에서 왜 이렇게밖에 혹은 이렇게 말이안되게 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냥 보면서 생각나는대로 굵직한 것들만 적다보았는데도, 11개가 훨씬 넘는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냥 11개만 짧게 언급해보고자 한다.


1.자기 철학과 사상의 부재 - 그냥 카피한다고 다 되는건 아닌데...

웹서비스를 하는데 있어서도 독자적인 철학과 사상이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칙도 없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고, 존재의 이유를 가지지 못하는 아무 이유도 없는 겉도는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리소스가 낭비되고 사이트가 꼬이고 복잡해지고 고객은 혼란스러워하고 결국 그 서비스는 지리멸렬하다 사라지고 만다.

11번가의 Color Shop을 보면 이런 서비스 철학과 사상의 부재가 그대로 느껴진다. 색상을 선택하면 그와 연관된 상품이 노출되는 코너인데, 이 서비스의 원조인 Etsy.com(핸드메이드/비즈용품 중개사이트)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Etsy는 색상으로 네비게이션하며 상품을 찾는게 가능한게 핸드메이드/비즈용품이라는 제한된 상품군으로 상품들이 전반적으로 색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11번가는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터라 경우에 따라 색상 정보가 상품 선택에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래가 하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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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탑PC 메모리가 녹색이라 색상으로 상품을 찾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될까?(이건 하나의 예시일뿐 색상별로 클릭해서 상품을 보다보면 이런 경우가 태반이다) 색상과 상품선택에 연관이 많은 패션/의류쪽에 한정해서 상품을 노출한다거나, 색상별로 노출되는 상품 카테고리를 조정한다거나 하지 않으니까 이런 웃지 못할 결과값들이 나오게 된다. 기능이 아무리 좋다하여도 내 것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카피일 뿐이다.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기술적 요소와 서비스컨셉을 벤치마킹해 적용을 시도했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면 그 결과값이 허망한 경우가 한 두개가 아니다.


2.기본에 충실하자 - 기본이 부실하면 다른 것을 잘해놔도 허접해 보인다...

검색은 검색자체의 페이지뷰(PV)뿐 아니라 쇼핑몰에서 발생하는 전체 매출 비중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다. 11번가에서는 상품속성값 기반의 섬세한검색, 성연령별 검색, 가격선택바, 그래프로 결과값 보기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은 있으면 좋지만 이런게 검색의 핵심은 아니다. 쇼핑몰에 있어 검색의 기본은 고객의 검색어에 따라 그에 맞는 상품들이 정확하게 뿌려지는 것이다. 어느 쇼핑몰이나 다 일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11번가는 부실한 검색결과값이 나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김치냉장고"를 찾는데 김치냉장고 선반이나, 시트지, 김치통이 검색결과 첫페이지에 나온다거나, "노트북가방"을 입력했는데 첫페이지가 노트북들로 도배된다거나, "네비게이션"을 쳤는데 카오디오, 밥통, DMB안테나, 파우치, 메모리카드 등이 첫페이지에 노출된다거나 이런 것들은 검색 튜닝 작업이 제대로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색어에 따라 상품 카테고리별로 가중치를 주고 안주고를 통해, 특정 상품군이 1페이지에 노출되게 하거나 아예 특정상품군이 노출이 안되게끔 해줘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부실하게 되어 있다. 검색로그에서 상위 2-300개 검색어에 대해서만 카테고리 가중치 조정 작업을 해주어도 검색결과의 질이 상당히 좋아질 수 있는데, 그런 본질적인 부분은 소흘히하고 꾸며지는 부분만 아무리 신경 써보았자 고객 관점에서는 부정확한 검색값들만 보이게 된다.

["노트북가방" 검색어의 검색결과 1페이지 상단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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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회원가입페이지도 구매자회원과 판매자회원 가입을 한 페이지, 한 곳에서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약관 동의도 여러개가 뜨고 스크롤도 길고 입력폼도 복잡하고 이렇게 복잡하면 디자인이라도 깔끔해서 혼란을 줄여줘야 할터인데 전혀 그렇지 못한 UI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가입페이지는 상거래 사이트에서 상품 구매를 하기 위한 하나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주문페이지와 더불어 최대한 쉽고, 간결해야 구매까지 연결 될 수 있다)

다른 곳에 들여 부은 노력을 이런 기본기 갖추기에 조금만 더 투자했어도 그렇게 사이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덜했을지도 모른다.

3.경쟁사와의 가격비교 제공 -배짱이 너무 좋은건지...?

11번가는 대표상품홈에서 다나와 DB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한다. 동일 상품에 대해 11번가 내부에 있는 판매자들간의 가격비교 외에도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디엔샵 등과 같은 경쟁사들의 가격정보도 친절(?)하게 제공을 해준다. 이걸 보면서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백화점, 전자제품전문샵, 종합쇼핑몰, TV홈쇼핑 등 온오프라인에 널려있는 여러 구매경로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가, 구매 가능성을 가지고 11번가의 상품페이지까지 찾아 온 고객에게 자사보다 저렴하게 팔고있는 경쟁사의 가격정보를 보여준다...?(경쟁사 가격을 클릭하면 무지 친절하게 경쟁사 상품페이지까지 연결을 시켜준다, 거기에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리스트로 보기를 하면 경쟁사들의 가격정보만 리스트로 노출될 뿐 자사정보는 리스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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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쇼핑의 과정에 있어 쇼핑몰(그게 종합쇼핑몰이든 오픈마켓이든)이 수행하는 부분은 거의 10~20%도 되지 않는다. mp3를 구매한다고 가정 했을때 어떤 브랜드, 어떤 특징을 가진 제품을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살지 정보를 찾으며 고민하는게 80~90%라면, 여러 대안중 최종 구매처중의 하나인 쇼핑몰은 결제와 배송, CS로 이루어지는 실제 구매과정 처리가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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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매 가능성을 가지고 힘들게 찾아 온(혹은 낚은) 고객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다는 건 "나 돈 벌기 싫소, 장사하기 싫소"와 똑같은 이야기다. 마치 낚시꾼이 거의 다 잡은 고기를 옆에 있는 다른 낚시꾼에게 여기 입질이 좀 있는데 잡아갈려면 잡아가시오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제 오픈마켓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11번가가 그 정도로 여유있고 배가 부른지(?) 잘 모르겠지만, 배짱 하나 두둑한 건 인정할만 하겠다.

덧, 인터파크에서는 e최저가라고 자사 상품중 경쟁사를 포함한 인터넷 최저가 상품만 가격비교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 상품만은 제일 싸니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서 사라는 이야기다. 이런 정도의 절충안이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4. 즐거운쇼핑, STREET - 용두사미 & 뭐가 즐거운 것인지...?

서울 지도를 통해 주요 구역에 오프라인 상점처럼 가게를 배치해놓은 즐거운 쇼핑은 지도보기부터 특정 지역을 선택해 해당 가게에 가기까지 로딩 속도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소요되는 시간만큼의 차별화된 가치나 효용성을 제공해 준다면 좋겠는데, 막상 최종까지 가보면 전통적인 형식의 HTML 페이지로 상품 리스트가 있는 가게가 뜬다. 일전에 GS이숍에서 3D이숍을 운영했는데, 여기는 백화점 형태로 입체적인 백화점 형태의 건물과 함께 마치 오프라인에서 돌아다니며 상품을 보는것처럼 Full 3D로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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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이숍이 나름 재미도 있긴 하지만 이게 꼭 편리하고 필요한 부분인지는 의문인데, 11번가가 이런 정도가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것 없이 딸랑 가게 하나 보여준다면, 앞단에서 엄청난 페이지 로딩의 압박 속에서 지도를 둘러 보고 가게를 고르고 한 게 왜 한거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카테고리별로 가게만 리스팅해서 보여주는게 상품을 찾고 자신과 연관있는 가게를 가는데 더 효율적이다. 서울지도 보고 가게 골랐다는게 즐거운 거라고 주장한다면 "즐겁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국어사전을 다시 찾아보아야 할것이다. 앞단만 거창하고 실제 최종은 초라한게  용두사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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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서울의 지도를 활용해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가능한 몇 개 지역을 찍어서 서울의 각지의 실제 가게들을(용산,동대문,강변테크노 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입점시켜 온라인에서 가게를 홍보시키는 것은 물론 온오프라인 양자 구매가 가능하고 G마켓의 방문쇼핑처럼 직접 찾아가 상품도 찾아갈 수 있는 형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5. 상품속성 정보는 제대로 적용이 되었는가? -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

아래 이미지는 카테고리를 타고 갔을 때, 컴퓨터/모니터/프린터 > 노트북액세서리 > 노트북가방 > 일반33cm(13형)의 리스트 페이지이다. 11번가는 섬세한 검색을 비롯해 상품 속성값을 활용한 서비스 요소를 여러군데 사용하며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그 속성값과 매칭된 상품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수 밖에 없다. 13인치형에 14~15인치형 노트북 가방이 우수수 뜬다.(이것 역시 한가지 예일뿐 이런경우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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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값을 통해 상품 노출을 시키는게 좋은줄 알면서도 대다수의 쇼핑몰들이 이걸 쉽게 하지 못하는게 초기 DB 구축을 포함해 정확성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왕 하기로 했다면 정확하게 상품을 매칭시켜야할 터인데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다.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리라 기대를 해본다.

아울러 검색결과의 속성값 활용도 이상하다. "청바지"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속성값을 활용하는 섬세한 검색 영역 정보가 엉뚱한 것들이 뿌려지고 있다. 임부복원피스, 목걸이/펜던트, 여성화, 스타킹 등 청바지와 상관없는 검색 조건들이 다수 있다. 실제 남성청바지를 찍어서 속성값을 타고 들어가도 제공하는 사이즈 속성 정보가 엉망이다.어떻게 사이즈를 선택해서 보라는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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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비스상에 어떤 사항이 중요하다고 아는 것과 이를 실제로 잘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점을 명심하고 하루 빨리 개선을 해야할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굵직한것만 짧게 언급하려 했는데, 내용이 많이 길어져버렸다. 먼저 5가지만 언급하고 나머지 사항은 다음에 시간을 내서 2편(?)으로  다시 정리할까 싶다.

덧, 사실 전자상거래 산업이 전통적으로 제조/판매자에게 막강한 힘과 권한이 있던 기존 체계를 깨고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기여한 바가 상당히 크다. 소비자가 정보를 쥐고 구매주도권을 가지게 되어 좋은 상품을 싸고 편리하게 사게 된 데는  GS이숍, CJ몰, 인터파크, 디엔샵, 옥션, G마켓 등 다양한 여러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최근 엠플의 사업철수가 있긴 했지만 11번가처럼 새로운 경쟁상대가 시장에 더해질 때 소비자의 이익은 물론 전자상거래 업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고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는 11번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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